1989년 스리랑카 북부의 조그만 마을을 배경으로, 가장이 된 여성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폭력을 비판하는 산지와 푸시파쿠마라 감독의 사회고발 영화. 불법무장단체에 의해 억울하게 남편을 잃은 평범한 주부 쿠숨은 시어머니와 여덟 명에 달하는 아이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온갖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가난하고 힘없는 서민에 불과한 과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게다가 남성 중심적 사회로부터 갖은 멸시와 냉대를 감수해야 한다. 결국 그녀는 인간의 존엄을 포기하고 매춘에 내몰린다. 하지만, 끝내 그녀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만다. 쿠숨이 처한 상황은 스리랑카 사회가 여성의 인권과 여성 노동의 현실에 대해 그 어떤 제도적인 보호를 해 주지 못하고 있음을 신랄하게 꼬집는 것이다. 그럼에도, 산지와 푸시파쿠마라 감독은 ‘절제’된 카메라 워킹과 연출을 보여준다. 이러한 주제의 영화가 흔히 취하기 쉬운 다큐멘터리적 스타일을 포기하고, 무대극과 같은 미장센을 통해 쿠숨이 처한 상황의 부조리를 극대화하고 있다. (김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