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벌어지는 이 독특한 서부극에서 피에트로와 도메니코 부자는 마을을 위협하는 곰을 사냥하기 위한 모험에 나선다. 사냥은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어, 거의 남과 같던 부자간의 거리는 숲 속으로 깊이 들어갈수록 점차 좁혀진다. <곰가죽>은 프레임과 빛, 장르에 대한 이해가 뛰어난 이탈리아 신인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시간 경과에 따라 변화하는 풍경의 채도와 명암, 마치 정물화를 그리듯 물건들을 주시하는 연출자의 시선, 극의 맥락에 맞춰 멈춤과 움직임의 리듬을 적절히 구사하는 카메라 움직임은 영화의 단 한 샷도 허술하게 지나치지 않는 연출자의 주도면밀함을 드러낸다. 문 혹은 창문을 역광으로, 극단의 명암대비 하에 담는 프레임의 빈번한 등장과 영화 후반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전진하는 인물들을 둘러싼 장엄한 산들의 비주얼을 보면서 존 포드로 대변되는 전통 서부극의 샷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곰’으로 상징되는 대자연에 대한 도전으로써 존엄성을 회복하려는 아버지와 그 아들의 이야기를 독창적인 서부극으로 풀어낸 재능 있는 신인의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이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