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와의 증인’ 일원인 줄리아는 절제와 강압, 성경 구절로 가득 찬, 외부인들을 엄격하게 배척하는 종교의 틀 속에서 살아간다. 그러던 중 아버지 밑에 고용된 리베로라는 전과자와 금기된 사랑에 빠진다. 리베로는 세상을 마음껏 즐기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이자 조건 없는 사랑을 추구하는 혈기왕성한 청년으로, 줄리아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안겨준다. 줄리아는 그와의 만남을 계기로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고 인생을 통째로 바꾸게 된다. 주인공의 클로즈업으로 강렬하게 시작되는 <세속의 여자>는 신인감독과 주연 여배우의 호흡이 빛나는 작품이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여호와의 증인’의 실체를 발견해가는 내용상의 흥미가 쏠쏠하며 십 대 소녀가 사랑을 통해 자신의 틀을 깨고 인생을 배워가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연출한 성장영화이기도 하다. 사랑을 설파하는 성경 말씀에 충실한 삶을 살았던 만큼 더욱 순수하게 사랑에 임하는 여주인공의 진실함과 좌절을 연기한 사라 세라이오코는 이 영화로 이탈리아 영화의 미래를 짊어질 탁월한 연기자로 자리매김하였다. 베니스데이즈 상영작으로, 주인공이 여호와의 증인인 척하면서 마약을 파는 역설적인 장면은 인물의 모순을 대변하는 인상적인 장면이다.(이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