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 대의 세 청년이 농업 세계 일주를 떠났다. 이들은 호주 워킹홀리데이로 돈을 모아, 자신들의 체험을 카메라로 기록하면서, 세계 각지의 농장과 농업 공동체를 찾아다닌다. 그리고 진정한 농부의 삶을 꿈꾼다. 사실, 이십 대, 농부, 세계 일주는 좀체 어우러지지 않는 단어들의 조합이다. 아이들 희망 직군에서 더 이상 농부를 찾을 수 없고, 농촌에서도 젊은이가 떠나버린 지 오래된 지금, 이 부조합의 조합은 이 자체로 충분히 성찰적이고 신선하다. 그러나 이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은 이들의 기행을 기록하는 방식에 있다. 셋이 돌아가며 찍거나 셀카(셀프-카메라)로 촬영된 영화는 카메라 앞에서 스스럼이 없다. 핸드폰 셀카 세대의 영상언어라고 할까? 자신을 드러내고, 상황을 설명하며 보여주고, 느낌을 말하는 방식은 경험과 기록을 병행하면서, 관찰과 수행을 넘나들면서, ‘사적’이라는 통념과 경계를 가볍게 와해시킨다. 그런 의미에서 카메라는 농업 세계 일주의 네 번째 동반자이자 동시에 세 인물의 자신(셀프)이기도 하다. 이들이 불러오는 신선함과 거침없음 한편으로는 젊음의 에너지를, 다른 한편으로는 가속도가 붙어 정신없이 한 방향으로 몰려가는 삶에 대해 질문과 성찰을 마주하게 한다. (이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