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사회가 안고 있는 분열과 대립에 질문을 던지는 영화이며 동시에 혼란스런 시대에 ‘영화 만들기’란 무엇인가, 라는 고민을 담고 있는 영화다. 무슬림 아빠와 힌두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소년 하리에게 인도는 무채색의 사회이다. 호주에 있는 영화학교에서 만나 결혼한 부모 덕에 영어에 능하고 개방적인 하리에게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인도는 도저히 이해 불가한 대상이다. 아빠 임란은 인도의 통합과 세속성에 대한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지만, 힌두근본주의가 득세하는 인도사회는 그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부부가 함께 제작하던 영화제작이 투자자를 구하지 못해 지연되고 무슬림에 대한 사회의 차별을 경험하면서, 부부는 친구들과 함께 인도의 현실을 담은 작은 영화를 만들어보기로 의기투합한다. 제목과 달리 영화는 내내 흑백으로 보여지다가 결정적인 장면부터 컬러로 전환되는데, 인도가 무채색의 사회가 되고 있으며 원래 인도가 지닌 다양함과 조화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희생이 필요하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영화에서 주요 모티브로 등장하는 주황색, 흰색, 녹색으로 구성된 인도국기는 원래 각각 힌두, 무슬림, 기독교와 타종교를 의미했다고 한다. 종교간 대립으로 근간이 흔들리는 인도사회에 대한 영화의 깊은 근심과 불안이 큰 울림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