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의 반복적인 운행 소리를 벗 삼아 태국 국철을 타고 이동하는 노동자 및 여행객의 모습들은 생활풍경 그 자체다. 근대화를 대표하는 상징물 기차는 <철길 위의 인생>에서 비유를 넘어서 그야말로 삶의 축소판이다. 3등 칸 쯤 될 객실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노출하고 공유하는 데에 저어함이 없는 듯하다. 부서진 드럼을 치며 함께 노래를 부르거나 서로 이러저러하게 섞이는 밤기차의 풍경은 어쩐지 자연스럽다. 그런데 카메라가 침대칸과 룸이 있는 객실로 향하면서 기차에는 점점 사생활이 생긴다. 룸이 있는 복도에서 우리는 더 이상 승객을 볼 수 없고 카메라는 문고리만을 기록할 뿐이다. 온갖 계층/계급 및 그 목적이 뒤섞인 태국의 철도는 복잡다단한 근대화의 풍경을 싣고 달리는 중이다. 근대란 발전의 이름만이 아니라 생활 양태 전반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카메라에는 내리는 사람이 보이지 않고, 계속 더 다양한 승객이 오른다. 기차는 출발했으나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아직 개발 중인 그 여정은 삶의 풍경이 직조되는 방식 속에서 그 가치를 평가받을 것이다. (채희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