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선거를 보름 앞둔 어느 날, 유력 후보의 딸이 실종된다. 후보의 아내 연홍은 딸의 행방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지만, 남편은 선거 때문에 정신이 없다.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연홍은 홀로 딸의 흔적을 쫓기 시작한다. <비밀은 없다>는 여성이 주인공인 하드보일드 탐정물이다. 한국영화에선 매우 낯선 시도인데 그래서인지 개봉 당시 많은 관객의 호응을 끌지는 못했다. 하지만 평론가들은 <비밀은 없다>를 주목했는데 장르나 주제에 있어 신선한 영화였기 때문이다. 처음엔 그저 유력 정치인의 아내로 쇼윈도에 어울리는 여자처럼 보였던 연홍은 딸을 찾으려 애쓰는 동안 자신의 약점을 포함한 인간적 면모를 드러낸다. 지방에서 나고 자랐으며 머리가 명석하지 못했다는 것이 더 이상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연홍은 점점 누구보다 당당하고 똑똑한 인물이 되어간다. 연홍이 이렇게 변해가는 것은 모성의 발현이기도 하지만 자기 삶을 누군가에게 맡기지 않고 살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