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어머니가 되는 전문 사진작가 이네스는 아버지의 사진집 발간을 마무리 중이다. 이네스의 유년기 기억과 연결된 이 프로젝트는 그녀를 늘 같은 장소, 즉 가족이 살던 남부 아르헨티나의 집과 실종되기 전의 아버지 곁으로 이끈다. 이 영화는 1976년 3월 아르헨티나 독재 당시 사라진 아버지에 대한 상실감에 초점을 맞춘 구아달루페 가오나의 자전적인 책을 토대로 한다. 감독은 원작의 정신에 충실하기 위해 검증된 실제 자료를 토대로 한다는 것, 그리고 상상과 추억이 섞여 만들어지는 산물인 기억을 토대로 한다는 것, 이 두 가지 원칙을 준수하려 했다고 한다. 영화 속 주인공 이네스는 아버지의 부재를 강박적으로 안고 살아간다. 그리고 사진집 완성 과정에서 커플 관계와 어머니와의 관계 모두 갈등을 겪게 된다. 영화는 그럴 수밖에 없는 그녀의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역사 속 개인의 문제를 수면으로 떠오르게 한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역사와 정치보다는 개인적인 기억의 문제와 가족사가 더 부각된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촉망받는 감독 밀라그로스 무멘탈레르의 두 번째 장편으로 호수에 떠 있는 초록색 차는 주인공의 사색을 상징하는 이미지로 다가온다. (이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