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의 비밀과 거짓말, 허위와 허례, 사기와 기만이 기생하는 곳, 잘나가는 IT 기업 CEO 박동익(이선균)의 대저택. 이 집을 상징하는 그는 부와 명예, 사랑스러운 아내와 자식까지 다 갖추고 친절하기까지 한 듯 보이지만, 실은 타인을 향한 혐오와 멸시를 숨기지 않는 위선적 인간이다. 이선균은 동익의 이 허위의식과 천박함을 정확히 간파하고 표현한다. 호방한 듯 보이지만 능구렁이의 웃음, 알 듯 모를 듯 애매한 눈빛, 아닌 척하지만 실은 거만하기 짝이 없는 자세와 말투까지. 상대방을 판단하는 본인만의 기준이 있고, 그 선을 넘는 건 절대 용납하지 않는 동익의 오만과 강박을 가리면서도 드러내는 배우의 영리한 몸짓이다. 특히 가난과 약자의 냄새라면 단 1초도 참을 수 없다는 동익의 경멸에 찬 눈빛과 제스처는 <기생충>의 클라이맥스에 제대로 불을 지핀 기막힌 화룡점정이다. (정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