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큰 스케일로 완성되었던 <마이 백 페이지>(2011)나 <고역열차>(2012)에서 야마시타 노부히로는 본인의 장기인 청춘영화 혹은 성장드라마에 대한 보다 확장된 시선을 보여주었지만 동시에 규모 큰 영화에 대한 피로감을 드러내며 언제고 예전의 소박한 영화로 돌아가고 싶다는 희망을 드러낸 바 있다. 이 영화에서 야마시타 노부히로는 <린다 린다 린다>(2005)나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2007)에서처럼 극적인 사건 없이도 소박하고 담백한 에피소드들만으로 인물들의 결정적인 청춘의 한 순간들을 잡아냈던 그만의 장기를 다시 발휘하고 있다. 여고생들의 세계를 잘 모르기 때문에 그저 지켜보듯 연출했었던 <린다 린다 린다>나, 각본을 맡은 여성 작가 와타나베 아야의 감을 전적으로 믿고 따라갔던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과 마찬가지로 이번 영화 역시 모든 것을 ‘다마코’를 연기한 마에다 아츠코의 표현력에 의지한 채로 따라간다. 결과는 둘 모두에게 만족스러울 법하다. 마에다 아츠코는 대체 불가능한 매력을 보여주며, 야마시타 노부히로 역시 일본영화계 내에서 차지하는 자신의 독특하면서도 견고한 위상을 다시 한번 각인시킨다. (박진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