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7년, 인도와 파키스탄 국경 펀자브 지방의 시크 부족 마을은 인도와 파키스탄의 분리 독립 문제로 인해 을씨년스럽기만 하고, 움베르는 가족과 함께 살던 곳을 떠나 인도 쪽 지방으로 피신한다. 넷째 딸 칸바르가 태어나지만 이에 대한 실망을 금치 않을 수 없었던 움베르는 넷째 딸의 정체성을 숨기고 남자 아이로 키우기 시작한다. 칸바르를 닐리라는 처녀와 결혼시키려고 하는 과정에서 움베르는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어린 시절 펀자브 지역 시크 부족 마을에서 자라나며 끊임없이 강제 이주의 압박을 받았던 자전적 경험을 토대로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감독 아눕 싱은 인도와 파키스탄의 국경 분쟁 속에서 모든 것을 잃게 된 한 남성 가장의 일그러진 욕망을 그리면서 이 안에 역사와 여성, 민족이라는 다양한 관점들을 녹여내고 있다. 죽은 움베르가 유령으로 돌아와 여전히 자연이라는 거대한 물결에 맞서려고 할 때, 이 영화는 인류의 고된 역사를 상징하는 하나의 우화로 거듭난다. <라이프 오브 파이>의 어른 ‘파이’ 역할로 만난 적 있는 이르판 칸의 훌륭한 연기가 이 영화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박진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