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장의 풍경은 지역적 문화나 관습의 집약체이기도 하다. 류 빙지안의 [크라이 우먼]은 장례식 풍경을 통해 중국 사회를 들여다본다. 우선, 장례식장에서 돌아가신 이를 위해 곡을 하는 관습은 중국인의 생사관(生死觀)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류 빙지안은 이러한 중국인의 생사관이 오늘날의 중국인들의 삶과 급격히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를 때로는 코믹하게 또는 신랄하게 꼬집고 있다. 하지만 죽음을 애도하는 엄숙한 현장이 역설적으로 치열한 삶의 터전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변화하는 중국인들의 도덕관, 사회의식, 애정관, 금전관(金錢觀) 등을 들여다보는 현장이 되기도 한다. [크라이 우먼]의 매력은 바로 이러한 ‘아이러니’에 있다. 남편의 죽음 이후에도 정작 자신은 남의 장례식장에서 노래를 부르고 울어야 하는 주인공 귀샹의 모습은 아이러니의 절정이다. 하긴, ‘삶’ 그 자체가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모순덩어리’가 아닌가. (손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