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뜬 달]은 역사적인 태도를 극의 형식으로 과감히 끌어들인다. 영화의 시작에서부터 필리핀에서 이루어진 기독교와 무슬림간의 종교적 역사를 자막으로 설명한 후 인물이나 사건에 다가가기보다는 마닐라의 풍경을 익스트림 롱 쇼트로 잡아 내기 시작한다. 마치 점강법적인 태도로 큰 역사의 줄기에서 출발하여 마닐라에 살고 있는 의사 이스마엘의 가족에게 접근해 들어간다. 이스마엘은 자경단의 습격으로 아들 이브라힘을 잃게 되고, 집으로 돌아와 과거를 회고한다. 최근에 각종 영화제를 통해 선보이는 필리핀의 영화 중에 자신의 현대사로부터 자유로운 작품은 드물다. [새로 뜬 달]은 이러한 역사의 비극을 매우 진지한 태도로 접근해 간다. 다큐멘터리적인 화면과 여러 자료적인 화면의 도입은 극적인 태도보다는 객관적인 태도로 진실에 다가가려는 감독의 노력을 짐작할 수 있다. 어쩌면 거대한 역사 앞에서 극과 다큐를 구분한다는 것이 무의미한지도 모를 일이다. 그들이 겪어야 했던 역사는 그 자체로 비극이자 지금도 살아 있는 공포의 현실이다. (이상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