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모든 장면이 천바지축 어디로 튈지 모르는 유쾌한 블랙코미디. 살인청부업자 바트는 고객 관리 차원에서 희한한 일을 치러야 한다. 사류층 고객 마부인은 그녀의 원수를 죽여 줄 것만 원하는 게 아니라 살해 과정을 담은 비디오 테이프도 원한다. 바트는 그런 마부인의 괴팍한 요구를 들어 주고자 중국의 마틴 스콜세지가 되는 것이 꿈인 뉴욕대 영화과 출신 청년 추엔과 짝을 이룬다. 이들의 살인 행각은 곧이어 희한한 소동극을 연쇄적으로 일으킨다. [너는 찍고, 나는 쏘고]는 빠른 편집의 속도감에 얹혀 물질욕에 사로잡힌 홍콩 사회의 이면을 경쾌하게 풍자한다. 끔찍하고 현기증 나는 현실을 소재로 하면서도 시치미 뚝 떼고 대다수 상황을 우스꽝스럽게 몰고간다. 특히 스콜세지처럼 찍고 싶어하는 주인공 추엔의 야심에 걸맞게 춤추듯 전개되는 후반부 장면은 활기찬 에너지로 넘친다. 윤리가 마비된 세상에서 희희덕거리는 영화속 아수라장은 재미가 쓸쓸하다.(김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