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의 출발은 죽음과 죽음의 만남이다. 불치병에 걸린 소녀 아나벨(미아 와시코브스카 분)은 우연히 장례식에 참석하는 것을 좋아하는 소년 에녹(헨리 호퍼 분)을 만나게 된다. 죽음을 사랑하는 소년은 아나벨에게 죽음의 운명은 물론이고, 온갖 것들을 경험하게 해 주겠다고 말한다. 어느덧 두 사람은 연인이 된다. 그런데 두 사람 앞에 2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한 일본 파일럿 유령이 등장한다. 카세 료가 연기하는 파일럿은 두 사람 사이를 중재해주기도 하면서, 삶의 종착역은 죽음이 아니라 삶 그 자체에 있다는 것을 깨닫도록 도와준다. 이들은 죽음과 가까운 젊은이들이기는 하지만 사랑을 통해 열정을 느끼는 생명력 넘치는 세대이기도 한 것이다. 구스 반 산트가 선보이는 좀 색다른 형식의 러브 스토리는 원작자이자 희극작가인 제이슨 루의 시나리오를 통해 생명력을 얻었다. 자신의 희곡을 영화화 한 이 작품은 일본 배우의 출연과 함께 구스 반 산트의 또 다른 영화 행보를 예감하게 한다. (이상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