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에서 시작해서 TV를 거쳐 스크린에 이르기까지 내용과 형식에서 금기를 타파하며 논란을 일으켜온 아소카 한다가마 감독의 신작. 어느날 밤, 아산드히는 예전 대학 동창이자 성공한 영화감독에게 전화를 건다. 감독은 그녀를 관능적이고 큰 몸집을 가진 여자로 기억한다. 그녀는 자신이 얼마 전 세 여성이 살해당한 사건과 연관되었으며, 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줄 것을 부탁한다. 흥미를 느낀 영화감독이 그녀의 조각난 이야기의 퍼즐을 맞춰나가는 동안 아산드히는 구치소에 감금되어 형벌을 기다린다. 여러 국제영화제에서 다양하게 수상한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치밀하게 계산된 구도와 포커싱, 카메라 움직임을 통해 탄탄한 연출력을 보여준다. 비범한 인물이라도 일상 속에서 쉽게 드러내지 못하는 여러 가지 강렬한 감정과 은밀한 욕망들이 때로는 폭발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아산드히와 함께했던 ‘비키′라는 남자의 정체와 둘 사이의 관계는 이성적인 이해보다는 감정의 선을 따라가는 것이 연출자의 메시지를 더 선명하게 드러내는 듯 하다. (박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