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의 영화 오디션 현장, 천금 같은 기회로 주연을 따낸 배우지망생 비키는 촬영이 이어지면서 섭식장애와 언어 상실을 경험한다. 영화 제작 현장에서의 은밀한 학대와 가학적 폭력은 예술적 열정으로 비춰진다. 어느 순간부터 비키는 주변을 배회하는 자신과 같은 모습의 여성을 보거나, 유령적 목소리를 듣는다. 이 유령적 존재들은 자신들이 비키의 분신이자 내면의 목소리라고 주장하고, 비키가 움직일 수도 말할 수도 없는 상태가 되었을 때 공연은 피날레를 장식한다. 다니엘 후이 감독은 영화의 캐릭터 이름에 자신의 이름을 활용함으로써, 이 작품이 영화 예술에 대한 자기반영적 영화임을 표명한다. 예술과 폭력의 관계를 사유하는 영화는 유령 스토리이자 공포영화이며, 영화 만들기에 대한 일종의 풍자이기도 하다. 권력 관계가 전도된 영화의 라스트 신에서 피범벅이 된 다니엘의 얼굴과 권위적인 비키의 모습 사이의 이중인화는 예술과 폭력, 가학과 열정 사이의 겹쳐짐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홍소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