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가 사라진 날>은 주로 다큐멘터리 영화를 작업했던 시리아 감독 소다데 카단의 첫 번째 장편 극영화로, 2018 베니스국제영화제 미래 사자상 수상작이다. 시리아 내전이 가장 치열하게 전개되었던 2012년의 다마스쿠스의 한 지역. 기반 시설이 파괴되어 전기와 물이 차단되고, 폭격과 총격 소리가 생활 소음인 양 들려오는 곳이다. 그리고 이곳에 사나와 그의 어린 아들 칼릴의 터전이 있다. 영화는 우연한 사건에 휘말리는 사나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로드 무비에 가깝다. 하지만 영화는 일반적인 로드무비에서처럼 단순히 인물들이 길 위에서 겪는 성장담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 왜냐하면 내전을 겪고 있는 나라에서는 생존을 위한 이와 같은 여정이 언제나 죽음으로 포장된 ‘길’ 위에서만 가능할 뿐임을 역설적으로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핸드헬드로 인물을 따라다니는 카메라가 잿빛의 시리아의 풍경을 훑고 나서야, 비로소 인물이 처한 상황과 그의 심리에 다가가는 것은 아마도 그 때문일 것이다. 영화는 자신이 터를 삼던 지층이 붕괴되어 그림자마저 잃은 이들의 삶을 비극적으로 다루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나가 시리아의 새로운 세대인 아들 칼릴을 향해 던지는 마지막 대사처럼 이 비극 자체를 ‘두려워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박진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