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으로 어지러운 인도 카쉬미르의 작은 마을, 총알 기차와 흐드러지게 핀 꽃나무 사이로 사람들의 일상은 계속된다. 무슬림 여성 아시아는 7년전 남편이 인도군에 끌려가 실종된 후 11살 된 딸과 시어머니를 돌보며 살아가고 있다. 남편의 사망 신고를 신청하지만, 부패한 정부 관리는 몇 달째 사망신고서는 내주지 않고 노골적으로 부당한 요구를 한다. 비 전문배우를 활용해 인도의 현실을 담아내는 프라빈 모르칼레의 카메라는 카쉬미르의 풍광과 공간에 펼쳐진 삶들을 롱테이크로 담아낸다. 카메라가 먼저 와있는 공간 속으로 인물들이 들어오고 교차되며, 상황이 펼쳐진다. 인물들이 공간을 빠져나가고 난 이후에도 그 자리에 오래 남는 카메라는 그렇게 공간과 인물들을 품는다. 영화는 그럼에도 삶은 계속된다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주인공이 놓여진 억압적 조건을 멜로드라마적 미장센으로 시각화하며 영화의 마지막 파국을 통해 현실에 균열의 지점을 마련한다. (홍소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