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그네스’가 제목에 들어있지만 영화의 실질적 주인공은 아그네스의 어머니 란베이그이다. 중년 여성 란베이그는 지금의 삶이 만족스럽지 않다. 딸 아그네스는 말을 잘 듣지 않고 남편은 착하지만 자신에게 아무런 성적 관심을 갖지 않는다. 새로운 이웃이 생기면서 문제는 복잡해진다. TV 드라마에 출연해서 널리 알려진 배우가 이웃집에 이사를 오는데 어머니와 딸이 둘다 이 남자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결국 란베이그 가족은 예기치 못한 위기를 맞는다.
가족의 균열과 화해를 다루는 영화는 많지만 <아그네스 조이>는 중년여성의 성과 욕망에 대한 특별한 시선을 보여준다. 다른 영화에서라면 쉽게 비난의 대상이 됐을 법한 란베이그를 <아그네스 조이>는 애정을 갖고 바라본다. 그녀의 입장을 이해하는 따뜻한 시선은 란베이그의 남편의 성숙한 태도로 이어진다. 불륜이냐 패륜이냐는 문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람을 이해하려는 마음이 중요해진다. 아그네스의 가족이 시련을 이겨내는 방식은 그래서 감동적이다. (남동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