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인가 한 남자가 그 곳에서 찍은 사진들을 본 적이 있다.  그 사진들은 “이 미개인들과 그들을 잘 길들인, 우리의 용감한 개척자들을 보아라”라고 소리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순결의 상징인 눈이 모든 참상을 뒤덮어 버린 이 땅에서 누가,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었나?′  자문하기 시작했다. ‘과연 어떤 사람이길래 이토록 죽음을 미화시켰을까?’ 이 영화는 우리가 엄청난 고통을 담은 이미지 앞에 서 있을  때, 우리도 유죄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우리도 수동적으로 거기에 가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 테오 코트 감독-
20세기 초반. 사진사 페트로는 지주의 결혼사진을 찍기 위해 티아레 델 푸에고에 도착한다. 그는 아직 소녀티가 가시지 않은, 예비 신부의 순수한 모습을 포착하는 데에 집착하게 되고, 결국 눈덮인 산 한가운데에 버려지는데… 테오 코트 감독은 한 사진사의 갈등과 욕망, 그리고 위선을 통해 이 땅에서 일어났던, 현대사회의 본질적인 야만성과 폭력성을 직시하고 있다. 광활한 눈밭에 셀크족이 환영처럼 등장했다 사라지는 장면과 사진 뒤에 숨겨진 거짓을 폭로하는 엔딩 신은 단연 압권이다. 2019년 최고의 영화 중 한 편으로, 베니스영화제 오리종티 부문에서 감독상과 비평가 상을 수상했다. (서승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