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에서는 걸핏하면 이란을 세계 테러범으로 지목하지만 정작 이란영화는 더할 수 없이 평화롭고, 아름답고, 철학적이다. 내·외부의 침략자들에 의해 전쟁과 분규가 끊이지 않는 땅, 그러나 그 땅에서 살아가는 쿠르드족 사람들은 순박하고 따뜻하다. 의대생이었던 호람은 어느날 갑자기 전쟁터인 부난으로 떠나 버린다. 그의 연인인 주인공 카자르는 그가 왜 떠났는가 알지 못하는 채, 슬픔을 안고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부난을 찾아간다. 절벽을 오르고 산을 넘는 그 막막한 여행길은 쿠르드족의 아름답고 슬픈 전설과 쿠르족의 독립 쟁취를 위한 투쟁이라는 가혹한 현실이 공존하는 길이다. 그 길에서 카자르는 그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죽음을 만나고 점차로 호람을 이해하게 된다. 검열과 제한 속에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감동을 창조해 내는 이란영화의 힘은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이미 세계적인 거장이 된 키아로스타미나 마흐발바프에 뒤를 이어 파르하드 메흐란파르가 다시 한번 이란 영화의 지평을 확장시킨다. <사랑의 전설>은 신비하고 시적인 이란의 또 하나의 길의 영화이다. 그러나 그 길은 친구집을 찾아나선 길보다 더 실험적이고 더 정치적이다. (유현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