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부한 아이디어와 활력 넘치는 연출로, 일본 국내를 넘어서 할리우드의 주목까지 받는 감독으로 성장한 미이케 다카시가, 국제도시 도쿄의 어두운 뒷면을 묘사하고 있는 <표류가>는 인기 베스트셀러 작가인 하세 세이슈의 원작을 영화한 작품이다. 무국적 도시 도쿄의 암흑가를 무대로 수많은 인종이 뒤섞여서 벌어지는 좌충우돌의 군상극을 그린다. 무국적이란 무대에 걸맞게 다국적 이미지의 개성파 배우를 캐스팅해 포르투갈어와 중국어, 일본어가 한데 어울어진 혼돈의 세계가 펼쳐진다. 불법 체류자를 강제 송환하는 버스 속에서 연인을 구출한 마리오는, 추적하는 경찰의 손길이 뻗쳐 오자 국외로 도피의 길을 택한다. 도피 자금을 마련하기로 결심한 두 연인은, 야쿠자와 중국 마피아의 코카인 거래 현장에서 그 대금을 강탈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격렬한 총격전 끝에 손에 넣은 것은 돈 대신 코카인 그 자체였다. 이번에는 야쿠자와 중국인 마피아에까지 쫓기는 몸이 되어 버린, 궁지에 몰린 두 사람의 질주가 시작된다. 1988년 『타임』지에서 오우삼과 나란히 앞으로 활약이 기대되는 감독 10위에 선정된 미이케의 걸쭉한 액션씬 연출이 그의 다른 작품에서처럼 잘 나타나 있는 한 편이다. (양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