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노년의 나이는 아니지만, 장 이모우 감독은 나이를 먹어 갈수록 점점 더 ′순수함′과 사라져 가는 ′아름다운 전통′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이는 듯 하다. <집으로 가는 길>에서는 ′순수한 사랑′에 대해 중국인의 시선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도시에서 사업을 하는 루오 유셍은 평생을 한 곳에서 교사로 지내시다가 돌아가신 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의 회상으로 아버지와 어머니의 순수했던 사랑이야기가 펼쳐지며, 루오 유셍은 어머니가 아버지의 시신을 자동차가 아닌 도보로 운반하고자 하는 뜻을 이해하게 된다. 수려한 화면이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펼쳐지는 이 영화는 사랑에 관한 시에 다름 아니다.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이 준 핀을 잃어버리자 며칠을 찾아 헤매는 것이며, 한겨울의 벌판에서 그를 기다려도 춥지 않은 것이며, 내가 만든 음식을 그가 먹어주는 것만으로도 기쁜 것이다. 그가 썼던 밥그릇 하나도 내게는 소중한 것이 사랑이며, 그의 목소리가 세상 그 어느 소리보다도 아름답게 들리는 것 또한 사랑이다. 장 이모우 감독은 이 작품 속에서 이러한 순수한 사랑에 대해 예찬하면서도, 그러한 사랑이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고 있다. (김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