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썬데이 서울>은 세 가지의 황당한 에피소드가 이어지는 영화이다. 못생기고 공부도 못하고 게다가 싸움까지 못하는 고등학생 도연이 첫 번째 에피소드의 주인공이다. 어느 날 도연의 몸에 예상치 못한 변화가 일어난다. 두 번째 에피소드 무대는 교외의 한적한 주택가로 연쇄 살인마의 이야기를 다룬다. 세 번째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아버지의 원수를 갚으려는 청년과 그를 좋아하게 되는 천재 무술 소녀의 이야기이다. 이 영화는 의미심장한 알레고리나 서사의 진정성에 대한 어떤 강박도 없다. 세가지 에피소드 모두 타블로이드 신문 혹은 외설주간지 <썬데이 서울>은 한국의 대표적인 외설적 주간지였다)에 날만한 시시껄렁한 이야기이며, 등장인물들은 모두 만화적으로 과장돼 있다. B급 영화일종의 세련된 지적 유희로 수용되는 시대에 썬데이 서울은 키치적 감수성 으로 호러, 무협, 스릴러, SF, 코미디 등 갖가지 장르영화의 관습들을 제멋대로 뒤섞는다. 이 만큼 솔직한 영화 유희에는 ′진정성의 주술 ′ 에 걸려있는 기존의 한국 장르영화에서 좀처럼 발견하기 힘든 도발적 경쾌함과 한 활력이 넘친다. (허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