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장롱만이 좁은 집안을 차지해버렸다. 재개발 지구로 묶여 이사를 갈 수 밖에 없는 상황. 아버지를 제외한 모든 식구들은 장롱을 두고가자고 한다. 육중한 몸집과 낡은 문짝의 장롱은 너무나 거칠고 무거운 유품이다. 그 장롱으로 아버지가 들어가신다. 어린시절의 추억과 향수가 어린 낡은 유물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장롱 속 풍경은 어린 시절의 이상한 나라 혹은 유년의 아픔들. 김진한 감독은 전작에서도 그랬듯 빛의 조율과 상상력을 통해 독특한 풍경들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이 낡은 풍경들조차 사라질 유품. 재개발을 하는 중장비들의 작업 앞에 낡은 집과 장롱은 산산히 부서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