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선우와 더불어 한국의 가장 논쟁적인 감독의 대열에 오른 김기덕은 <수취인불명>에서 ‘개발 독재’와 ‘10월 유신’의 중압 아래 신음하던 1970년대라는 암울한 시대성 그리고 끝없는 동경과 부채감 사이에서 동요하는 한국과 미국간의 깊은 애증의 역사를 배경으로 해서, 순환되는 폭력과 사라지지 않는 어두운 기억, 그리고 여전히 피 흘리는 상처받은 인간의 삶을 다시 한 번 해부한다. 혼혈아 창국은 항상 반송되는 편지를 미국으로 끊임없이 부치는 양공주 출신의 어머니, 그 어머니의 연인이자 개장수인 ‘개눈’과 더불어 살아가는데, 그들 사이에는 폭력과 증오의 깊은 골이 놓여 있다. 한쪽 눈이 먼 은옥은 자신의 눈을 고쳐 준 미군과 자신을 사모하는 유약한 청년 지흠 사이에서 방황하다가 결국 스스로 자신의 눈을 찌르고 만다. 여기에서 한국의 식민과 탈 식민의 역사는 정신적 외상에 그치지 않고 양공주라는 저주받은 .섹슈얼리티, 검은 피부색, 상실된 시력 등을 통해서 몸에 각인되고 몸으로 수행되는 복합성을 부여받는다. (주유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