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방송국의 아나운서인 30대 초반의 여자와 녹음실의 동시녹음 엔지니어인 20대 후반의 남자가 업무 때문에 만난다.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행복한 사랑은 없다는 어느 시인의 노래처럼, 두 사람은 곧 갈등에 부딪친다. 그리고 인생 자체가 그 이별을 강제한 것을 잘 아는 사람들처럼, 아주 조용하게 그들은 헤어진다. 사랑과 이별이라는 인생 의식을 통과해 가는 두 사람의 섬세한 심리 변화는 작은 소리들에 대한 감독의 애정을 통해 표현되며, 그것은 두 주인공의 직업 설정에서 이미 보여진다. 그것은 1920년대, 영화가 소리를 얻은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소음들 사이에서 되찾은 소리일 수 있다. 나아가 이 영화에서 인생의 의식은 두 주인공의 끌림과 멀어짐에서 더 나아간다. 세대 사이의 교통과 순환이라는 굵직한 테마가 주인공들을 둘러싸는 것이다. 물론 그 순환은 계절의 변화와도 깊이 관계한다. 사랑의 환희와 고통을 알았을 때 봄날은 간 것이다. 한국, 일본, 홍콩의 공동 투자로 제작된, 여러 면에서 아시아적인 영화이다. (한상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