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동안 위안부 할머니와 함께 한다는 것. 즉 영화를 찍는 행위.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위안′의 이름 아래 자행되었던 강간의 피해자가 자신의 몸의 경험에 대해 말한다는 것. 그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이 영화를 보고 여성의 몸에 새겨진 이 광기의 역사를 반성하고 그 행위를 전쟁범죄로 여기는 것. 그것은 가장 쉬운 일이다. 관객이 할 수 있는 일. 그것은 새번째를 경험하는 것이리라. <숨결>은 변영주 감독의 <낮은 목소리>연작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다. <낮은 목소리>(1995)는 위안부들이 내면화 하고 있는 자기 혐오에 대한 치유이자 망각의 목소리를 불러들이는 영화이다. <낮은 목소리2>(1997)는 위안부들이 과거에 대한 치유에서 미래에의 바람으로, 자기 혐오를 자기 존중으로 바꾸는 전환기의 영화이다. 한편 <낮은 목소리3)는 전쟁의 피해 당사자인 위안부가 다른 위안부의 진술을 채취하여 자신의 숨결을, 즉 정체성을 스스로 찾아가는 용기를 담은 영화이다. 영화는 이러한 숨결이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죽음으로 멈추지 않은 채 성폭행 피해자 여성을 비롯, 지금의 피지배자와 피억압자들에게까지 울려 퍼지길 희망하는 쓸쓸한 진혼곡이다. 그러나 <낮은 목소리>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식민지 여성이라는 하위주체가 말하기 시작할 때 제국은 그에 대한 인정과 보상의 의무를 져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진실은 그 하위주체(의 ′낮은′ 목소리)가 갖고 있기 때문이다.